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돈을 쓰면서도 여행과 취미에 투자한다. 오래 사용할 물건은 신중하게 고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에는 기꺼이 비용을 지출한다. 은퇴를 전후한 시기에도 새로운 일을 배우거나 사회활동을 이어가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시니어 소비자'라는 말만으로 이들의 소비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해졌다.
최근 디자인과 마케팅 분야에서 이러한 변화를 설명하는 용어로 GG(Grand Generation) 세대가 등장했다.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DB는 GG 세대를 1951년부터 1970년 사이에 태어난 55~74세로 소개하면서, 은퇴 전후에도 경제적·사회적 활동을 이어가며 실제 나이보다 젊은 생활방식을 추구하는 세대로 설명한다.
다만 GG라는 명칭이 모든 중장년층의 특성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공식적인 분류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이 용어가 주목받는 이유는 '시니어'라는 하나의 범주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워진 소비자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GG 세대의 소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기존의 시니어 상품을 떠올리면 큰 글씨와 단순한 조작법, 신체적 불편을 보완하는 기능이 먼저 생각난다. 이런 접근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연령에 따른 불편을 줄이는 것만으로 지금의 시니어 소비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관심사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건강관리뿐 아니라 외모 관리, 여행, 취미, 자기계발, 문화생활 등 소비의 목적이 '나이가 들어서 필요한 것'을 마련하는 데만 머물지 않는다는 의미다.
2026년 소비시장에서도 이런 변화가 확인된다. 5060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유통업계의 상품 구성은 건강식품이나 생활용품에만 머물지 않고 여행, 스포츠, 취미, 금융과 생활정보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건강을 관리하면서 여가를 즐기고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서비스를 선택하는 생활 방식이 하나의 소비 영역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디자인이 살펴봐야 할 차이가 생긴다. GG 세대를 위한 제품을 만든다고 해서 하나의 전형적인 시니어 이미지를 설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용자가 어떤 생활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지, 어떤 활동에 시간을 쓰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건강부터 취미까지 넓어지는 GG 세대의 소비
건강은 여전히 중장년층의 중요한 소비 영역이다. 하지만 건강관리만으로 이들의 소비를 설명하면 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2025년 대한상공회의소의 세대별 소비지출 분석에서는 60·70대 이상에서 의료서비스뿐 아니라 악기, 사진, 취미활동 관련 지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하게 즐기며 생활하려는 노년층의 소비 변화로 분석했다.
이 자료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취미나 여행이 단순한 여가활동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소비 영역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고 구매하는 것뿐 아니라 예약하고, 이동 계획을 세우는 과정 전체가 소비 경험에 포함된다.
2026년에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단백질 음료와 건강관리 제품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건강을 단순히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관리 대상으로 보기보다 일상적인 식습관과 체력 관리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소비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바라보는 디자인의 기준도 바꾼다. 건강관리 제품이라면 측정 기능만 제공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기록을 확인하고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과정까지 생각할 수 있다. 취미 서비스라면 강좌를 판매하는 것보다 배우고, 연습하고, 다른 사람과 교류하며 다음 활동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설계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니어용 제품'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다. 건강, 여행, 운동, 취미처럼 사용자가 실제로 계속하고 싶은 활동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를 살펴보는 일이다.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GG 세대의 디지털 서비스
GG 세대를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라고 한꺼번에 정의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스마트폰과 온라인 쇼핑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특정 디지털 서비스에서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다.
2026년 발표된 키오스크 관련 연구는 이런 차이를 보여준다. 55세 이상 고령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디지털 스트레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서비스 유형에 따라 살펴봤다. 그 결과 은행처럼 결과에 대한 부담이 큰 서비스에서는 결과에 대한 불안이, 푸드코트처럼 비교적 일상적인 서비스에서는 이용 과정의 복잡성이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가 디자인에 주는 의미는 분명하다. '고령자용 키오스크'를 하나 만들어 모든 장소에 적용하는 것보다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불편해하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UX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화면의 글자를 크게 만드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결제가 제대로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금융 서비스와 메뉴를 주문하는 식음료 서비스는 같은 방식으로 설계할 이유가 없다.
결국 디지털 디자인에서도 중요한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사용 상황과 디지털 역량이다. 따라서 상황별 필요한 도움의 수준을 조절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접근일 수 있다.
나이가 아닌 생활의 차이로 달라지는 디자인
GG 세대라는 용어가 주목받는 이유를 단순히 새로운 소비층이 등장했기 때문이라고만 볼 필요는 없다. 더 중요한 변화는 하나의 연령대 안에서도 생활 방식과 관심사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GG 시장을 소득이나 욕구뿐 아니라 생애주기와 라이프스타일 등에 따라 세분화할 필요가 있는 시장으로 설명했다. 2026년에도 GG를 주제로 한 소비 관련 논의와 산업 행사가 이어지면서 이 세대를 하나의 소비시장으로 바라보는 관심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GG를 또 하나의 세대 마케팅 공식으로 만드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모든 60대가 같은 상품을 원하는 것은 아니며, 모든 GG 소비자가 디지털에 익숙하거나 같은 소비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디자인의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60대를 위한 제품인가?'에서 멈추지 않고, '어떤 생활을 원하는 사람을 위한 제품인가?'까지 살펴보는 것이다.
여행을 자주 하는 사람과 집에서 취미생활을 즐기는 사람에게 필요한 기능은 다르다. 스마트폰으로 대부분의 서비스를 직접 처리하는 사람과 중요한 순간에는 사람의 도움을 원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UX도 다르다. 이 차이를 발견하면 제품의 기능뿐 아니라 패키지의 정보 구조, 서비스 이용 과정, 매장 환경, 디지털 인터페이스까지 디자인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결국 GG 세대를 위한 디자인은 나이를 젊게 보이도록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시니어를 하나의 연령집단으로 바라보던 시선에서 벗어나 생활의 차이를 읽기 시작하면 디자인의 기준도 달라진다. 디자인이 해야 할 일은 바로 그 차이를 세심하게 읽는 것이다. 나이를 기준으로 제품을 구분하는 것보다 사람이 어떤 삶을 계속하고 싶은지를 기준으로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앞으로의 GG 세대를 이해하는 더 구체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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