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냉장고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고르다가 익숙한 아웃도어 브랜드를 발견한다면 어떨까.
CU가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와 협업하여 선보인 '아이더 쿨리츠 아이스'는 냉감 티셔츠의 기능적 상징성을 시원한 아이스바 형태로 적용한 제품이다. 의류 매장에 있어야 할 직물의 텍스처와 브랜드 상징이 식음료라는 전혀 다른 카테고리와 만날 때, 소비자는 뜻밖의 장면에서 신선한 호기심을 느낀다. 이러한 시도가 시선을 사로잡는 이유는 단순히 외형이 낯설어서만은 아니다. 소비자의 기억 속에 이미 각인되어 있던 '시원함'이라는 브랜드 경험과 아웃도어의 시각적 이미지가 아이스크림이라는 제품과 결합하면서,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계가 형상화되기 때문이다.
펀슈머(Fun-sumer) 마케팅이 유발하는 위트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재미를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보다 소비자가 알고 있는 상징을 다른 맥락에 배치하고, 그 관계를 스스로 발견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제품을 단순히 시각적으로 소비하고 지나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이런 조합을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며,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콘텐츠로서의 명분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이런 재미의 요소를 이용해 소비자의 관찰과 반응을 이끌어내는 디자인 전략은 무엇을 핵심적으로 설계해야 할까.
익숙한 상징에 의외성을 더한다
펀슈머 제품 개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특정 브랜드나 제품을 떠올리게 하는 형태, 색채, 그래픽, 질감 등의 요소를 완전히 다른 제품군에 옮겨놓는 것이다.
삼성전자 공식 스토어에서 판매된 아몬드브리즈 오리지널 갤럭시 버즈3, 버즈3 프로 케이스가 한 예다. 아몬드브리즈 팩의 사각 형태와 패키지 디자인을 무선이어폰 케이스에 적용해 소비자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음료 패키지를 전자기기 액세서리에서 다시 만나도록 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제품을 무작정 결합하는 것이 아니다. 케이스라는 본래의 기능은 유지하면서 소비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시각적 단서를 가져오는 것이다. 익숙한 형태를 먼저 알아차리고, 그것이 다른 제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짧은 인식의 과정에서 형태와 기능 사이의 의외성이 주는 반전의 재미를 발견한다.
디자인 관점에서 보면 이는 새로운 이미지를 처음부터 만들어내는 작업과는 조금 다르다. 이미 소비자에게 익숙한 브랜드 요소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고, 어느 정도까지 변형해 다른 맥락에 옮길 것인지 판단하는 작업에 가깝다. 결국 의외성의 크기보다 익숙함과 낯섦 사이의 간격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중요하다.
소비자가 발견한 재미를 브랜드 콘텐츠로 확장한다
펀슈머 마케팅의 재미가 항상 브랜드의 기획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면서 발견한 특징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그 표현이 온라인에서 확산된 뒤 브랜드가 이를 공식적인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경우도 있다.
롯데웰푸드의 '행복한 몽쉘'캠페인이 대표적이다. 몽쉘을 개봉했을 때 나타나는 초콜릿 장식의 모양을 소비자들이 미소 짓는 얼굴처럼 해석하면서 '행복한 몽쉘'이라는 밈이 만들어졌고, 롯데웰푸드는 이를 포착해 캠페인으로 발전시켰다. 이후 '행복한 몽쉘 찾기'와 인증 이벤트 등을 통해 소비자 참여를 이어갔다. 이 캠페인은 2025 에피 어워드 코리아에서 동상을 받았으며, 약 6주 동안 3,500만 회의 소셜 미디어 상호작용을 기록했다고 발표됐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제품의 작은 시각적 특징을 소비자가 먼저 발견했고, 브랜드는 그 해석을 커뮤니케이션의 소재로 받아들였다. 이런 관점에서 디자인 시스템이나 콘텐츠를 운영할 때도 이와 동일한 접근이 요구된다. 밈(Meme)이나 유행하는 표현을 먼저 가져오는 것보다 소비자가 실제 제품의 어떤 부분에 반응하는지 관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제품의 물리적 특징과 소비자가 부여한 의미가 만나는 지점을 발견하면, 일시적인 유행을 따라가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브랜드 콘텐츠를 확장할 수 있다.
보는 재미를 사용하는 경험으로 연결한다
펀슈머 디자인의 진가는 단지 시각적인 첫인상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가 제품을 개봉하고, 조작하고, 탐색하는 물리적 사용 여정 속에서 재미의 단서를 완성하도록 유도할 때 비로소 완성도가 높아진다.
예를 들어 패키지를 여는 방식이나 내부에 숨겨진 그래픽,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작은 장치 등은 소비자가 제품을 한 번 더 살펴보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때 그 순간을 사진이나 숏폼 영상으로 기록하고 공유하는 행동까지 이어진다면 제품의 물리적 경험이 콘텐츠로 확장될 가능성도 생긴다.
따라서 디자이너가 살펴봐야 할 대상은 그래픽이나 CMF(Color·Material·Finish)에만 머물지 않는다. 소비자가 제품을 처음 발견하는 순간부터 개봉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어느 부분에 시선이 머무는지, 무엇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어떤 장면을 기록하고 싶어 하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재미를 위해 제품의 본래 기능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 사용 방법을 지나치게 어렵게 만들거나 안전성과 편의성을 떨어뜨리는 장식은 호기심보다 불편함을 먼저 만들 수 있다. 펀슈머 디자인에서 의외성은 사용을 방해하는 장치가 아니라 제품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장치에 가까워야 한다.
B급 유머와 패러디로 스킵을 멈추게 만든다
실물 제품의 형태를 바꾸는 것만이 펀슈머 디자인의 전부는 아니다. 서비스나 디지털 경험을 다루는 브랜드라면 광고와 콘텐츠 자체에 반전의 요소를 배치해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
G마켓의 '빅스마일데이'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유명 영화나 드라마의 명장면을 과장되게 패러디하고, 언어유희를 활용해 '얼마나 좋아!' 같은 밈 스타일의 대사를 쏟아내는 B급 연출을 선보였다. 상업적 광고임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의도적인 황당함과 재치를 가미해 독자가 광고를 스킵하는 대신 끝까지 찾아보게 만든 것이다.
이 사례에서 눈여겨볼 점은 억지스러움 속에서도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를 정확히 살렸다는 사실이다. 자칫 장난스러워 보일 수 있는 B급 코미디 연출 속에 할인 행사와 쇼핑 혜택이라는 정보가 매끄럽게 결합되어 있다.
디지털 맥락에서 펀슈머 디자인은 소비자가 콘텐츠를 접하는 첫 3초의 낯선 경험을 설계하는 것과 같다. 시각적인 유머나 예상치 못한 패러디는 소비자의 경계심을 낮추고, 재미를 느낀 소비자가 직접 댓글을 달거나 링크를 공유하며 스스로 2차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게 하는 장치가 된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 맥락을 재구성한다
펀슈머 디자인을 여러 사례와 함께 살펴보면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아이스크림이 티셔츠의 모습을 빌리고, 음료 패키지가 전자기기 케이스가 되며, 정형화된 쇼핑몰 광고가 유쾌한 B급 패러디 콘텐츠로 탈바꿈한다. 제품의 형태이든 마케팅 콘텐츠이든, 익숙한 대상을 새로운 맥락과 관계 속에 놓는다는 원리는 동일하다.
그래서 펀슈머 디자인을 단순히 '얼마나 독특하게 만들 것인가'의 문제로만 볼 필요는 없다. 소비자가 이미 알고 있는 요소를 낯선 위치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배치하고, 그 이유를 궁금해하게 만드는 맥락의 설계 과정이 더 중요하다.
잘 설계된 펀슈머 마케팅은 소비자의 시선을 잠시 붙잡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포장을 열어보게 하고, 광고를 끝까지 찾아보게 하며, 누군가에게 공유하고 싶은 이유까지 만든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은 외형을 정하는 일을 넘어 소비자가 브랜드와 상호작용하고 해석하는 모든 순서를 다루게 된다.
펀슈머 마케팅에서 재미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익숙함과 의외성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다음 행동을 끌어낼 수 있는 핵심적인 디자인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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